볼거리/Book

서브프라임 사태 예견하고 대박치신후 은퇴하는 펀드매니저의 퇴임사

NGVI 2008. 10. 21. 14:43
2008년 10월 17일

오늘 내가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여러분을 약올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거의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적절치 못한 태도일 겁니다. 그렇다고 과거 내가 예상했던 일들 대부분이 벌어졌고 또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가 한발 더 나아간 예측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분께 작별을 알리려는 겁니다.

최근 3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했던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회사를 정리하면서 “그동안 헤지펀드 업계에 대해 배운 게 있다면, 정말 싫다는 것”이라고 한 한마디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렸습니다. 정말이지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나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이 게임에 참가했었거든요. 부모님이 대주신 돈으로 사립학교와 예일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까지 졸업한 얼간이들이 ‘날 잡아 잡수’하며 널려 있었죠.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그런 교육을 받을 만한 자질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에이아이지(AIG)나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같은 회사와 정부 각 부처 곳곳의 고위직까지 잘도 승진했습니다. 이들이 귀족 집단의 행태를 답습하는 동안, 난 나의 제물로 삼을 만큼 멍청한 이들을 찾아낼 수 있었죠. 하느님, 미국을 축복하소서.

나의 성공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할 분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헐리우드 배우의 수상 소감 같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돈을 번 것만으로 보상은 충분하거든요. 더욱이 제가 감사드릴 만한 수많은 분들은, 이미 스스로 누군지 알고 계실겁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또는 기관을 위해 돈 관리를 하진 않으려 합니다. 내가 관리해야 할 내 돈만 해도 충분합니다. 내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나의 ‘전리품’이 그토록 적은 데 놀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나는 충분히 보상을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아홉자릿수(1억), 열자릿수(10억), 열한자릿수(100억)의 자산을 바라보고 있을텐데…, 그러라죠. 그런 재산을 모으는 동안 그들 인생은 엉망진창이거든요. 하루종일 약속에 시달리면서 앞으로 석달 동안은 시간도 못 낼 거에요. 1월이면 보름짜리 휴가를 받기는 할테지만, 그럼 뭐 하나요. 블랙베리(피디에이 겸용 휴대전화) 같은 고성능 첨단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요? 50년 뒤면 모두 잊혀지고 말텐데요. 스티브 발머(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스티브 코언(헤지펀드사 SAC캐피털 설립자), 래리 엘리슨(오라클 최고경영자)도 모두 잊혀질 거에요. 죽고 나서 뭘 남긴다고요? 대부분 사람들은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뭔가 흔적을 남기려는 것, 이젠 관두라고요. 블랙베리는 집어던지고 이제는 삶을 즐기세요.

그래서 편지를 남기는 겁니다. 정중한 사의를 남기고, 나는 물러갑니다. 일상 시간이 됐건 언제가 됐건, 전자우편이나 음성우편에 답장 따위는 기대하지 마십시오. 앤디 스프링어씨와 그의 회사가 제 펀드 처분을 맡으실 겁니다. 제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도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스프링어씨 회사에 고용됐던 사람들이고,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은 딱 1명입니다. 그나마 그동안 좋은 대우를 받았던 사람이죠.

누군가 나더러 새로운 거래에 껴보지 않겠냐고 제안할 지도 모르지만, 나는 관심 없습니다. 정말이지 지금으로선 시장이 어떻게 될른지 의견이 없거든요. 단지 한동안, 아마도 몇 년은 상황이 악화되리라는 것 말고 강력히 제시할 만 한 게 없네요. 살짝 비켜나서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데 만족하렵니다. 어차피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때 우리가 돈을 벌었던 것도, 앉아서 기다린 게 전부였어요. 이제 나는 지난 2년 간 내 스스로에게 부과했던 스트레스로 망가진 몸을 수리하고, 대학·대학원·직장·자산형성 과정에서 내가 갖지 못했던 강점(부자인 부모)을 가진 이들과 경쟁했던 내 인생 전체도 수리를 좀 해야겠어요. 새로운 형태의 정부에는 실력대로 평가를 받는 요소가 반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하거든요.

나는 미국 정부에 작은 제안을 하나 드리려 합니다. 첫째, 한 법안이 지난 8년 동안 의회에 반복적으로 제출돼야 했던 명백한 결점을 지적합니다. 그 법안대로라면 지금은 거의 사라진 회사들의 탐욕스런 대출 관행을 미리 제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회사들은 일반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법안을 부결시켜준 대가로 정기적으로 양당의 금고를 채워줬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관심을 갖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이나 애덤 스미스 이후, 이 나라에는 가치있는 철학자가, 적어도 정부 시스템의 개선에 집중한 이들이, 극히 부족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는 200여년 동안 효과가 있었지만, 시절은 바뀌었고 체제는 썩었습니다.

그 부유한 조지 소로스는 철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해왔죠.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위대한 사람이 참되이 일반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부 체제를 만들기 위한 위대한 지성들의 포럼을 만들어서 후원하는 겁니다. 동시에 가장 훌륭하고 총명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익이나 삶의 방식을 추구하면서, 부패에 기대지 않아도 공직을 맡을 생각을 하도록 충분한 보수를 줘야겠죠. 이런 포럼을 만드는 것은, 독점에 가까운 마이크로소프트와 맞붙은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만드는 것과 어쩌면 비슷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해답은 있다고 봅니다. 현재로선 체제가 무너진 게 분명하거든요.

끝으로, 아직 내 말에 귀기울이는 분들이 있다면, 대체 식량·에너지에 관심을 가져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세계적인 석유기업 비피(BP)가 내건 “안심하세요.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텔레비전 광고나 세계적인 곡물기업 에이디엠(ADM)의 비슷한 광고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지난 5천년 간 대마는 의복과 식량 등 석유제품으로 생산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만드는 데 써온 원재료입니다. 대마는 마리화나가 아니고, 마리화나가 대마인 것도 아닙니다. 대마는 수컷 식물이며 잡초처럼 자랍니다. 그래서 영어 속어로 ‘잡초’(weed)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애초 미국 성조기는 대마 섬유로 만들었으며, 미국 헌법은 대마 제지에 인쇄했죠. 미 정부는 2차대전 때까지 이 방식을 고수했고, 전쟁에서 이긴 뒤 이를 불법화했습니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언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이 나라는 왜 아직도 이 식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아, 그 ‘사악한’ 암컷 식물, 마리화나 때문일까요? 마리화나는 여러분을 기분 좋게 하고 웃게 만들지만, 숙취는 없어요. 알콜과는 달리, 술집에서의 언쟁이나 아내 폭행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럼 이런 무해한 식물이 왜 불법일까요? 마리화나를 시작하면 마약의 길로 빠져드나요? 아닙니다. 술 때문에 마약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큰데도, 술은 무지막지하게 광고를 합니다. 내 생각에 대마가 불법이 될 만한 유일한 이유는 ‘주식회사 미국’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회’를 쥐고 있는 ‘주식회사 미국’은 팍실, 졸로프트, 자낙스(이상 항우울제 계열 의약품) 등 중독성 약품을 여러분에게 팔면서 그 이익의 일부를 챙기는 게, 여러분이 집에서 대마를 재배하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생각한 거죠. 정말 우스꽝스러운 정책입니다. 에너지 자원의 국외 의존도를 높이는 데도 한몫 거든 게 분명하고요. 우리 정책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 특히 캐나다와 동·서유럽 나라들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비웃습니다. 미국 언론들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이런 이야기를 알 수가 없지요. 미국 언론은 누가 미국을 조롱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거든요. 그러니 제발 여러분, 말장난은 그만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이것으로 나는 여러분께 작별인사를 남깁니다. 행운을 빕니다.


행운을 빌며,

앤드루 라드